한국·인니 합작공장에서 석면폐 환자 발생
공장 노동자와 인근 주민 피해 확대 우려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1급 발암물질이자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석면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자 공장을 개도국으로 이전하면서 현지 공장과 인근 지역에서 석면폐, 중피종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국제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발암물질인 석면은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다시 보다 규제가 느슨한 저개발국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띤다. 독일, 일본 등의 석면공장이 한국으로 이전했고 한국의 규제가 강화되자 다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했다. 석면질환 역시 공장을 중심으로 대거 발생했다.

 

1990년 부산의 석면공장 제일E&S의 석면방직기계, 1994년 석면가스켓생산기계가 인도네시아 시비농으로 옮겨져 한국-인도네시아 합작 석면공장인 PT. JEIL FARJAR와 PT TRIGRAHA가 세워졌다.

2007년 한국의 환경운동가와 연구자가 인도네시아 현장을 조사한 결과 시비농 석면공장이 가동 중임이 확인됐다.

 

 

또한 2008년에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네시아 공동으로 시비농 석면공장의 노동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조사가 이뤄졌고 2010년 건강영향이 의심스런 노동자 5명에 대해 폐 CT촬영을 실시, 한국과 일본의 의료진에 의해 이중 3명이 석면폐(asbestosis)로 검진됐다.

 

석면방직공장 주변 마을에서 채취한 흡착먼지시료 52개 가운데 21개(36%)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석면오염이 확인된 범위는 공장으로부터 반경 500m 지역으로, 학교가 36개나 있는 인구 5만명의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해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석면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공장설비가 이전될 때 석면비산을 방지하는 안전관리체계는 옮겨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석면질환이 발견된 것으로, 주민들의 폐 기능 역시 56%가 비정상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2013년 1월 미국산업의학회 국제학술지(AJIM)에 보고됐다.

 

1971년 일본의 석면회사 니치아스(NICHIAS)가 한국에 석면기계를 부산에 들여와 합작한 한국 최초의 석면방직공장 제일아스베스트(JEIL Asbest)는 1994년 한국 최초의 석면 피해이자 최초의 직업성 암인 중피종에 걸린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된 곳이다. 이곳에서 다시 인도네시아로 석면기계가 옮겨간 것이다.

 

1981년에는 독일의 석면방직회사 렉스(REX) 역시 자신들의 기계를 들여와 이 회사의 양산공장에 제일&렉스라는 합작회사를 세웠다.

 

석면기계를 다른 나라에 수출한 독일은 1993년, 일본은 2006년 그리고 한국은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아직 석면을 사용하고 있으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양국의 정부가 석면질환에 대해 침묵하는 사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한국 참가자들은 11월21일에는 자카르타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22일과 23일 이틀간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A-BAN)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한국에서 옮겨져 인도네시아에서 가동 중인 석면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의 석면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라며 “시급한 석면사용 중단조치가 필요하며 피해조사 및 피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석면산업을 공해 수출한 기업과 국가의 인도적, 외교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과 독일에서 이전한 석면공장으로 인해 한국 역시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에게서 석면질환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다. 20~30년에 이르는 석면질환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석면질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세계 석면소비는 1977년 480만톤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 1990년대 200만톤 이하로 줄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다시 200만 톤을 넘어섰다.

 

석면의 사용을 금지한 국가는 2012년 54개 국가로 확대됐지만 이들 대부분은 선진국이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의 석면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늘어난 석면소비는 대부분 아시아 개도국들이다. 환경질환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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